[Leaders] 공간과 사람을 엮는 스토리 기획 / 최주연, 윤현상재 부사장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 <지적 자본론>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이다.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으로 가족들의 점심 모임을 계획해야 했다. 어떤 무드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모두’가 좋은 시간이 될까 고민하며 준비하는 과정…. 나의 기획의 근간은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출발은 늘 그 속에 있는 ‘사람’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몇 번을 다녀왔을 곳, 일본. 나는 가까운 일본 여행을 즐겨 하는데, 오래전 다이칸야마 지역에 갔다가 우연히 T-Site(츠타야 서점)를 둘러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내 몸 구석구석 어딘가 숨어 있던 나의 취향들을 누군가 찾아내 만들어낸 곳 같았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좋아서 호텔로 돌아가기 싫었던 기억과 마감 시간이 새벽 2시까지인 것을 확인하고 또 한 번 감동한 기억이 있다.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의 배려가 뒷받침된 기획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는 데 손색이 없었다. 그 후 일본에 갈 때마다 들르는 나만의 아지트가 됐고, 어느 날 서울의 한 서점에서 츠타야 서점을 만들어낸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지적 자본론)을 발견했다. 기획의 중요성, 소비자 입장에서의 관점과 휴먼 스케일을 지향하는 태도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힘을 보태주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어떠한 일을 하든, 기획자가 되어라.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각오를 하라.”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다.

보기에 멋진 공간들이 넘쳐날 만큼 생겨났지만 이미지의 재생산인 경우가 많고, 우리는 그것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웬만한 것에 감동하지 못한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하는 디자인을 출력하기 위해 빠르게 리서치를 하고 그것을 실현해내는 디테일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면 그 속에는 작은 에세이와 같은 스토리가 필요하고 전체를 바라보는 작가적, 지휘자적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이것이 공감을 이끌기 위한 ‘기획의 힘’이다.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나는 기획을 할 때 그것이 어떤 성격의 프로젝트이건 타깃을 설정하고 내가 그 사람의 자리로 가보려는 노력을 한다. ‘역지사지’ 이것이 내가 기획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태도이다.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성공을 위한 비결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내 관점뿐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다.” 프로젝트 성공의 키는 이러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대상이 무엇이건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상호 교류가 일어난다면 그 속에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형성되고 그 이야기 속 콘셉트가 탄생한다. 이는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물의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서울시와 두 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하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일환으로 ‘을지공존’이라는 보물창고 마켓 기획이었고, 또 하나는 KCDF 주관의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예술 감독 역할이었다. 서로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타깃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떤 기획을 시작하건 콘셉트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드는데, 그 스토리텔링을 위해 등장인물의 설정을 꽤 디테일하게 풀어가는 편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마치 하나의 영화를 만들듯이 과정을 담아냈다.

2019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에서는 ‘오브제, 오브제(Object, Objects...)’라는 타이틀을 통해 공예를 하나의 객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것이 만들어지는 시간의 흐름과 소재의 고찰, 작가의 이야기를 공간 안에 아우르고자 했다. Scene 01에서 Scene 11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주제관 참여 작가의 섹션으로 구성했으며, 이 공간을 위해 작곡된 음악이 자연스러운 동선의 흐름(Scenery)으로 연결된 프로젝트이다.

주제를 정하고 참여 작가를 선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전체 영화의 스토리를 잡아주듯,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재료를 중심으로 작가의 그룹을 선정하고, 인사이드로 들어가 대조적인 그룹의 하모니를 찾았다. 세상에 알려진 스타성 작가님과 은둔형 고수 작가님의 조화, 그리고 젊은 디자이너와 나이 지긋하신 공예가의 공존 등. 공예, 디자인, 현대미술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셀렉션을 진행하며 동시대에 일어나는 공예 분야의 이슈를 담아냈다. 이에 대한 참신함과 공간 연출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멋진 전시는 관람 후 사람들에게 잔잔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변치 않는 본질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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