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人터뷰] 새로운 시작과 시작(詩作) / 가수 엠버 리우(Amber Liu)

한 권의 책을 펼쳐본다. 누군가는 그 책을 정독했을 수도, 통독이나 발췌독을 했을 수도 있다. 아직 목차나 서문을 펼쳐보지 않았을 수도, 오독했을 수도 있다. 창작욕과 성장에 대한 의지가 음악과의 함수관계를 이룰 때, 자아 찾기의 여정은 독창적인 서사로 펼쳐진다. 자신만의 문체와 화법으로 작곡·작사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창작 의도와 주제를 시각화한 뮤직비디오까지 디렉팅하는 엠버(Amber Liu)라는 책은 읽을수록 흥미롭다. 싱어송라이터, 스토리텔러로서 내면을 응시하며 음악적 궤적을 밟아온 그 상상력의 창을 인터뷰로 열어보았다. <앨범 X>와 <Tour X>로 새로운 챕터를 구성한 그녀에게 X란, 음악과 춤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걸 의미해요. 과거에 안 좋았던 기억과 습관 모두 X를 치며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니 크로스(Cross)한다는 의미죠. 저는 기본적으로 생각과 말을 노래로 정리하고 표현해요. 저에게 음악은 다이어리와 같죠. 곡을 쓰다 보면 제 마음도 정리되는데, 그 순간이 고통스럽거나 바보스러워도 그냥 적어요. 곡을 쓸 때는 영상까지 상상하면서 쓰고요. 그리고 쇼맨십도 중요한 부분이니까 춤을 춰요. 저는 춤이 참 좋거든요. 새롭게 다시 배우면서 느낀 건, 제 감정을 믿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앞으로 f(x) 때 목표와 같이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단 한 명이라도 제 음악으로 위로받고 기분 좋아진다면 감사하죠.”
소실점이자 출발점, 탈출구이자 방향키인 X를 통과하고 있는 그녀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을 “야심 찬 작은 불덩어리”(ambitious little fireball)로 비유한 것도 이러한 창조적 자아의 성장통을 함의한다.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더 쉽게 이해하려면 우선 제가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세무사가 아니어도 회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서로 이해하기 쉽잖아요. 특히 크리에이티브한 일에서는 제 생각을 디테일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아티스트로서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야 ‘이런 건 엠버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피드백을 잘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음악적, 예술적인 작업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파이어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너무 뜨거워요(웃음). 세상을 더 알고 싶은 열정 때문에 머릿속이 늘 바빠요. 장점도 많지만, 단점은 할 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죠.”
그녀가 가사를 쓸 때 견지하는 태도는 “솔직함”이다. 매력적인 음색에 실린 감수성과 솔직한 가사에는 화자의 진심이 굴절되지 않고 청자의 마음에 그대로 닿기를 바라는 그녀의 진심이 녹아있다. 여기서 사적인 경험, 즉 개별성이 보편성을 확보할 때 ‘나’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잠시 <Numb> 가사 중 “What have I become”에 눈길을 멈춘 상태에서 그녀는 ‘어떤 존재가 되었고,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마음의 행간을 읽어보았다.
“<Numb>은 5년 전에 지친 마음으로 썼어요. 나는 여기 있지만 그냥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으로.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였죠. 지금의 저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됐고, 앞으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실수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스텝이 뭐야’ 하는 사람이 되려고 더 배우고 노력하려고요. 누구나 ‘나는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기 힘들거든요. 몇 년 동안 연예인은 완벽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부담스러웠어요. 이 말의 뜻과 책임감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10대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것을 천천히 하고 더 즐기라는 거예요.”
그녀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지만, 우연히 만 15세에 미국 LA에서 길거리 캐스팅되어 가족의 우려와 격려 속에서 이듬해인 2009년 가수로 데뷔했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으로 “시작, 뿌리 같은” f(x)로 K-Pop 스타가 됐고, 어느새 세월은 그녀를 20대 후반으로 데려다 놓았다. “어떤 직업이든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며 소통하려고 한다. <Beautiful><Borders><On My Own><Get Over It><White Noise><Hands Behind My Back> 등 수많은 곡은 자의식의 발견과 성장의 독백이다.
“뭐든지 솔직해야죠. 심플한 가사에도 깊은 뜻이 담겨있을 수 있잖아요. 저도 계속 머릿속에서 싸우는데, 그 싸움이 왔다갔다한 뒤에 곡을 쓰기 시작해요. 아이돌 시절에는 밝고 활발한 감정 말고 슬픔을 잘 표현 못 했어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아시죠?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됐어요. 슬픔을 표현하고 나누면 서로의 관계도 확인하고 가까워질 수 있죠. 제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어느덧 신록에서 초록으로 짙어진 그녀가 가수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좋은 영향력”이다. 이는 나이키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실천해온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모든 발화(發話)가 발화(發花)되는 또 다른 삶의 공간인 무대는 함께 호흡하는 놀이의 장(場)이다. 각자의 일상에서 잠시 건너온 이들이 자유로운 몸짓과 목소리로 하나가 되는.
“제 무대는 팬들을 위해 있어요. 제가 공연하는 이유는 멋진 척하며 ‘저를 보세요’가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한 공간에서 함께 쉬고 즐기기 위해서죠. 어떤 편견도 판단도 복잡한 감정도 필요 없어요. 당신이 누군지도 중요하지 않죠. (북미) 투어를 하면서 처음 간 도시들이 많았는데, 여기에서도 저를 알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데뷔 때부터 응원해주신 분들이 엄마 아빠가 되어 가족끼리 오셨는데정말 감동적이었죠. 10년간의 기억은 되게 긴 시간이잖아요. 팬분들께 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흔한 말 같지만 진심이에요.”
몸이 먼저 반응해서 춤을 추며 썼다는 <Curiosity>의 제목처럼 그녀에게 음악은 호기심이자 본능이다. 외연과 내연을 확장하며 삶을 견인하는. 인터뷰 내내 유창한 한국어로 명확한 뜻을 전한 그녀는 오늘도 음악 일기를 써 내려간다. 도전과 나다움의 자기 확신을, 삶의 긍정을. “침착해. 목적지는 멀리 있어. 불확실하더라도 이겨내자. 그냥 너 자신에게 진실해져. 나는 내 삶을 위해 계속 달릴 거야.” * 문득 <Stay calm>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그녀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달려 나갈까. 책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진다. 그 무정형의 정형성이.

 

글. 김신영 편집장
사진. 스틸울엔터테인먼트 제공

 

*“Stay calm. The destinations far. Though it ain’t clear stay strong. Just be true to who you are. I’ll keep running for my life”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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