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다큐멘터리] 라파

 

2004년 사이클 컬처에 매료된 브랜드 컨설턴트가 설립한 라파는 라이딩을 위한 최적의 품질을 갖춘 아름다운 의류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아울러 사이클링의 근원과 역사를 시각적 콘텐츠로 선보이고, 이를 함께 나눌 플랫폼을 구축해 사이클링 문화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한다. 

 

 

2004년 사이클 컬처에 매료된 브랜드 컨설턴트가 설립한 라파는 라이딩을 위한 최적의 품질을 갖춘 아름다운 의류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아울러 사이클링의 근원과 역사를 시각적 콘텐츠로 선보이고, 이를 함께 나눌 플랫폼을 구축해 사이클링 문화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한다.

 

사이클링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라파

사이클링 패션, 여전히 어떤 사람에겐 익숙지 않은 단어다. 열의 아홉은 요란한 타이즈나 저지를 떠올릴 것이며, 과연 사이클링이라는 단어에 패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르게 깔끔하고 멋스러운 사이클링 웨어를 발견했다면, 그건 아마도 라파의 옷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이클링 의류 트렌드는 라파 전과 후로 확연히 나뉜다. 라파의 창립자 사이먼 모트람이 라파에 관한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는 여가 시간마다 사이클링을 즐겼고, 사이클 스포츠의 광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항상 풀리지 않던 의문은 ‘왜 사이클링 의류는 죄다 형편없는가’였다. 모트람은 2017년 자전거 전문 웹진 ‘바이크왓 Bike What’과의 인터뷰에서 “전 다른 스포츠보다 사이클링 의류가 촌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잡한 면도 있었고요. 평소에 자전거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에 당시 유행하는 의류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라 밝혔다. 모트람은 사이클 매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런 불만이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급기야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를 설립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평소 하던 일을 하며,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에 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구체화했다. 모트람의 목표는 질 좋고 멋있어 입기에도 좋은 사이클링 의류를 만드는 것 하나였다. 그리고 결국 2004년, 1954년에 창단해 10년간 활동하며 투르 드 프랑스와 부엘타 아 에스파냐 같은 굵직한 사이클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로드 사이클링 팀 ‘세인트 라파엘 Saint Raphael’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라파’라는 새로운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를 창립한다.

 

브랜드 컨설턴트의 시각으로 구현한 브랜드 성장 전략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필요했다. 사이클링 문화가 정착되기 전인 당시에 모트람의 사업은 투자를 받는데 애를 먹었다. 14만 파운드를 투자받는데 200번이 넘는 회의를 하면서 브랜드 개발 분야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끝내 부유한 개인 투자자 6명과 오랜 친구, 가족들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장장 18개월 만에 힘겹게 이뤄낸 성과였고, 마침내 라파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옷을 만든다는 물리적 지점에서의 힘겨움도 있었다. 옷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 그림을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패션 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 오히려 라파를 출발부터 다른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모트람이 브랜드 컨설턴트로서 켜켜이 쌓아온 다채로운 시각은 브랜드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라파가 창립된 이후 시장은 점점 성장하기 시작했고, 영국에서 자전거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2007년부터는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모트람은 이 현상에서 몇 가지 근거를 발견했다. 그해에 세계 최고 권위를 갖춘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가 런던에서 열렸고, 영국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로 통근할 수 있도록 ‘자전거로 통근하기’ 캠페인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을 대표하는 사이클링 스타 브래들리 위긴스 Bradley Wiggins가 2012년 영국인으로는 최초로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영국인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라파의 성장세 역시 굳건히 이어졌다. ‘라이크라를 입는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 ‘마밀 Mamil’이 유행한 것도 이때였다. 그들은 사이클링 문화를 사랑하는 동시에 고가의 자전거와 부수적인 용품에 넉넉히 투자할 충분한 경제력을 지녔으며 사이클링 시장의 가파른 성장의 주축이 되어주었다.

 


 

 

클래식 저지에 담긴 라파의 혁신성

라파가 추구하는 사이클링 의류의 진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졌다. 첫째는 질적 향상이다. 라파는 클래식 저지를 ‘슈퍼울 super wool’이라 부르는 메리노 울 혼방 원단으로 만든다는 굉장히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기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라파 퍼포먼스 메리노 울은 그 자체로 큰 이슈를 만들었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라파의 첫 제품인 클래식 저지는 발매 즉시 불티나게 팔렸고, <바이시클링 매거진 Bicycling Magazine>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사이클링 저지”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둘째는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다. “화려한 색상이 주류이던 사이클링 의류 시장에서 라파 클래식 저지는 검은 바탕에 흰 띠로 팔뚝에 포인트만 주면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제품으로 다가갈 수 있었죠.” 실제로 클래식 저지는 사이클링 의류 트렌드를 뒤집어놓았다. 저지가 출시된 이후 이러한 디자인을 고스란히 차용한 경쟁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여러 럭셔리 브랜드의 컨설팅을 해온 브랜드 전문가로서 사이먼 모트람의 강점은 라파만의 독특한 브랜딩과 마케팅에서 그 힘을 발휘했다. 첫 론칭 때도 전통적 형태의 광고에 힘을 쏟는 대신 사이클링 전문가와 소수 사이클링 마니아로부터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구전되도록 기획했다. 유통 채널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자체 온라인 스토어가 거의 주된 판매처였는데, 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대신 영상미가 뛰어난 사이클링 비디오를 게재하며 라파를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라파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와 비주얼은 전 세계 사이클링 마니아들의 감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고, 콘텐츠 속에 함께 등장한 라파의 의류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라파의 높은 가격 정책 역시 현재 라파의 ‘컬트적’ 지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반 스판덱스 저지의 3~4배를 호가하는 가격이니 일부 사람들에게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모트람은 “사람들이 우리를 그냥 괜찮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리를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본질에서 찾은 브랜드 가치

라파의 모든 것을 살펴볼수록 사이클링 역사에 대한 존중과 동경, 현재와 미래의 사이클링 문화에 대한 헌신이 바탕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창립자 사이먼 모트람 역시 사이클링을 사랑하는 개인이었고, 소비자로서 느낀 순수한 갈증으로 라파의 현재를 만들었다. 시류나 경향을 따르기보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개발에 임했고, 그 방법의 뿌리는 사이클링 역사에서 찾았다. 실제로도 클래식 저지를 비롯한 라파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은 고전적 사이클링 스타일에서 받은 영감의 결과물이다. 라파의 멤버십 프로그램인 라파 사이클링 클럽(이하 RCC)은 라파의 가치관을 잘 대변한다. 사이클링 관련 사이트 ‘사이클링팁스 CyclingTips’와의 인터뷰에서 모트람은 “우리가 했던 그 어떤 것보다 RCC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고백했다. 라파는 약 6년 만에 23개 도시에 오프라인 클럽하우스를 만들었다. 몇몇 클럽은 재정적 이유로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유료 오프라인 멤버십 클럽을 확장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올바른 모델이라고 확신해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것. 사이클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활동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 말이죠.” 2017년 8월, 모트람은 자신의 지분 중 대부분을 RZC 투자사에 2억 파운드에 매각했다. 라파의 장기적 목표가 ‘시장 전체를 성장시켜서 눈부신 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이룩하는 것’인 것처럼 강력한 투자자를 만나는 것으로 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라파가 구축한 지속 가능한 세상

지속 가능성 역시 라파가 꾸준히 추구해온 가치 중 하나다. 대체 소재나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하거나 생산 기업의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에 무료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은 아주 구체적인 방법까지 실행에 옮기고 있다. ‘라파 파운데이션’은 라파가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문화의 확장까지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증명한다. 라파 파운데이션은 더 나은 사이클 스포츠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 세대의 레이서들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사이클링 문화의 전반을 북돋우기 위한 세밀한 움직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곧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건강하게 유지해나가는 라파만의 정직한 비책이기도 하다. 창립 20년이 채 되지 않은 이 브랜드는 충격적 혁신을 이뤄냈고, 넘치도록 의미 있는 성공을 일궜다. 라파가 사이클링을 좀 더 세련되고 성숙한 스포츠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또한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큰돈을 투자해서 혁신하고, 시장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항상 더 힘들지만 더 아름다운 길을 가려고 노력해왔습니다. 3%만 더 계속 위로 올라가면 정말 큰 고속도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왼쪽으로 흘러가다가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져 버리는 아름다운 오솔길도 있습니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해 나 있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죠.”

 












[출처] 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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