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이 마르는 시간

전통 공예와 디자인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옻칠 공예가 아닌 옻칠 디자인으로서의 현대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오트오트를 만났다. 

 오트오트의 김아람과 김나연 작가.

프렌치 디저트 카페인 랑꼬뉴에서 파리브레스트와 머랭케이크가 놓인 작은 옻칠 플레이트에 눈길이 갔다. 세련된 청록색 플레이트였다. 둥글지도 네모나지도 않은 형태와 가운데로 갈수록 완만하게 파인 곡선 형태의 플레이트는 언뜻 봐도 질감과 빛깔이 독특했다. ‘오트오트’의 제품이었다. 옻칠(Ottchil)의 ‘ott’를 반복한 오트오트는 전통 공예 재료인 옻칠을 사용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플레이트 외에도 트레이가 주요 디자인인데 지난해부터 패션이나 리빙 잡지의 화보에도 자주 등장했다. 오트오트가 품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비비드한 색상이 요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져서다. 오트오트는 학부 시절부터 대학원까지 옻칠을 함께 전공한 김나연과 김아람이 작업하는 브랜드다. ‘서울로 젓가락’으로 서울상징관광기념품 대상을 수상했고, KCDF 스타상품개발에 선정됐으며 <공예트렌드페어> 창작공방관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챕터원과 퀸마마마켓, 프린트베이커리의 심화 브랜드인 라이크레지던스LAiKresidence에서 판매 중이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납품 예정이다. 옻칠이라면 장인이나 전통 공예가 먼저 떠오르지만 오트오트는 그런 옻칠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는 작업을 해온 덕분이다. “옻칠은 기능적으로 훌륭하죠. 하지만 구매하기에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요즘 식기와 어우러져서 쓸 만한 옻칠 제품이 시중에 별로 없어요.”

 

 오트오트는 가공한 제품에 옻칠을 하고 종이로 닦아내는 작업을 무수히 반복한다.

 

 옻칠을 위한 옻 도료와 도구들.

 

칠을 한 뒤에는 하루 이상 건조하면서 발색을 조정한다.

 


 

옻칠의 ‘옻’은 옻나무를 긁어서 나오는 진으로 수분이 빠지면 황갈색의 천연 도료가 된다. 일종의 자연 방수제이자 방부제다. 그래서 옻칠한 물건은 오래간다. 국내에는 기원전 3세기경의 옻칠 유물이 남아 있을 정도다. 옻칠의 작업 방식 역시 그 당시와 달라진 부분이 크게 없다. 그럼에도 옻칠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 “옻칠이 가진 재질의 물성이 있어요. 전통 공예 재료라는 문화적인 부분도 한몫을 하고, 화학 도료에선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감성도 묻어나죠.” 옻칠은 일반적인 칠보다 습도와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는 잘 마르지만 그렇지 않은 조건에선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덧칠을 하려면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오트오트의 제품은 이 옻칠을 5~6번 반복한다. 덧칠을 하면서 원하는 발색이 나오도록 조정한다. 제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대략 2주가 소요된다. 제품이 플레이트와 트레이에 한정된 이유가 이 같은 오랜 작업 시간과 그로 인한 작업량의 한계 때문이다. 컵이나 작은 형태의 가구 작업으로 확장을 시도 중인데 아직은 테스트 단계이지만 가을이 선명해질 즈음에는 그 작업의 윤곽도 더 또렷해질 것이다.

 

작업실의 진열대에 전시된 오트오트의 다양한 트레이와 플레이트.

 

edit 안상호 — photograph 최준호

 

[출처] 올리브매거진 Olive (한국판)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


포스트 공유하기     
올리브매거진 Olive (한국판)

올리브매거진 Olive (한국판)

정기구독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