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6, 부드러운 카리스마

 

CT6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강력한 한 방이 있다

 

 
 

195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흑인 블루스 음악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뮤지션들 이야기를 다룬 영화 ‘캐딜락 레코드’는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과 동경의 상징으로서 캐딜락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캐딜락 카탈로그를 넘기는 장면, 캐딜락 로고가 선명한 바퀴와 레코드가 돌아가는 장면을 교차시킨다. 레코드판이 돌아가고 노래가 차트 1위에 오르면 캐딜락의 키가 건네진다. 물론 영화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드빌 등 거대한 테일핀을 뽐낸 당대의 캐딜락은 정말 화려했다.  


캐딜락의 향수를 지니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캐딜락의 지위는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에서 프레스티지카 영역은 유럽차가 앞서 달려 나가며 영토를 확장했다. 미국은 사정이 조금 복잡했고 공백이 있었다. 미국 고급차가 내세우는 것은 그래서 아메리칸 럭셔리다. 사실 아메리칸 럭셔리는 대부분의 미국 고급차 디비전에서 표방하는 것으로 특정 브랜드만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단지 유럽 고급차에 대응하는 개념일까.

 

   

 

큰 차체지만 다루기 쉽다. 가속은 강력하고 승차감은 부드럽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 크라이슬러그룹 인테리어 총괄 클라우스 부세와 인터뷰 했을 때가 생각난다. 벤츠 디자인팀에서 일하다 건너온 그는 문화적 배경을 강조했다. “미국은 할리우드, 마이애미가 있고, 음악이 있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그것은 화려함, 자부심, 자신감이다. 그래서 아메리칸 럭셔리를 만든다.” 2016년 CT6 론칭 무렵 LA에서 당시 캐딜락의 수장 요한 드나이슨(Johan de Nysschen)을 만났을 때 그는 아메리칸 럭셔리에 대해 보다 명확한 관점을 드러냈다.

 

“아메리칸 럭셔리의 의미를 말할 때, 단지 거대한 차만을 만든다는 생각에 빠져선 안 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변했다. 크고 안락한 공간과 역동성 모두를 제공해야 한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럭셔리는 크고 편하지만 퍼포먼스가 우월하지는 않다고 여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섀시 퍼포먼스, 어드밴스 서스펜션, 훌륭한 파워트레인 등을 기술력의 척도로 삼는다. 그리고 캐딜락은 최고의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다. 우리는 드라이버를 위한 차를 만든다.

 

   
계기는 전통적인 디테일과 첨단 트렌드를 잘 버무려 놓았다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섀시, 브레이크, 스티어링, 파워 트레인 반응 등 모든 것들이 훌륭히 조합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우리 엔지니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독일 브랜드와 같은 차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차를 만든다. 그 결과물이 바로 CT6이다.” 그때 CTS-V 스포츠와 ATS-V에 이어 CT6을 잠시 시승해볼 수 있었다. CTS와 ATS는 정말 독일차 못지않은 견고함에 강력한 퍼포먼스를 뿜어냈다. 그리고 CT6은 이런 특성에 미국차 고유의 여유와 풍성함을 더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국내 도로에서 CT6을 다시 만났다. 감회가 새롭다.

 


미국에서보다 국내에서 더 크게 보인다. 마치 대형 세단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고 말하는 듯하다. 차체 길이는 5185mm로 벤츠 S클래스(5140mm)와 BMW 7시리즈(5098mm)보다 길다. 2차선 도로로 유턴할 때는 한 번에 돌기 어려울 정도. 또렷한 엠블럼을 중심으로 각 잡은 프론트 그릴과 경계선을 넓힌 부메랑 형태의 헤드램프는 전체적으로 강하고 당당한 인상을 준다. 어깨선은 떡 벌어졌고 뒷모습은 유려하다. 기함다운 풍모다. 

 

   
뒷좌석은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크기에 비해 무게는 가볍다. 모델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형을 중심으로 S클래스와 7시리즈보다 100kg 이상 가볍다. 캐딜락의 대형 세단용으로 새로 개발한 오메가 아키텍처는 차체의 총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고 접합 부위도 최소화했다는 설명. 초대형 세단이지만 차체가 낮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지향하는 바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실내는 넓고 고급스럽다. 시트에 앉으면 모니터에 푸른색 그래픽이 움직이며 캐딜락 큐(CUE)라는 글자가 환영인사처럼 나타난다. 영화의 “큐” 사인처럼 이제 시동을 켜고 CT6을 즐기라는 것. 할리우드의 나라에서 온 차답다.

 

계기는 전통적인 스포츠카에서 차용한 디테일과 음성인식, 무선 패드 조작 등 과거와 미래가 버무려져 있다. 센터 콘솔박스 안에 있는 USB 포트에 내 스마트폰을 연결하자 안드로이트 오토가 자동으로 연결된다. 블루투스 연결도 따로 할 필요 없이 자동이다. 연결성은 빠르다. 가로로 두툼하게 잡히는 기어 레버는 움직임도 묵직하다.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이륙할 때 기어를 조작하는 기분을 주려 한 것일까. 하지만 차체는 낮게 지면으로 향한다. 시승차의 심장은 V6 3.6L 340마력. 최고출력과 마찬가지로 39.4kg·m의 최대토크 모두 고회전에서 작동된다.

 

   
V6 3.6L 340마력의 힘은 넉넉하다

 

때문에 초기 가속에서부터 강한 토크가 발휘되는 것은 아니지만 넉넉한 출력에서 오는 쉽고 부드러운 가속으로 큰 덩치를 이끈다. 구동방식은 상시 네바퀴굴림인 AWD. 뒷바퀴굴림을 바탕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앞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차체는 가볍게 쑥쑥 나가지만 네 개의 바퀴가 지면에 착실하게 붙어있다는 느낌은 분명하게 전해진다. 안정적인 접지력은 가속 단계에서 믿음직하다. 일반적인 주행은 투어 모드에서 충분하다. 흔히 쓰는 컴포트 모드가 아닌 투어라는 표현에서 광할한 영토의 미국 도로를 떠올리게 된다.

 

일직선으로 곧고 길게 뻗은 도로는 고출력을 바탕으로 고속으로 꾸준하게 달리는 미국차 특성의 바탕이 되었다. 이런 길을 달리기에는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제격이다. 디젤이 미국에서 맥을 못 춘 이유였다. 그리고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은 나라에서 미국차가 맥을 못 춘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CT6은 큰 덩치에 비해 좁은 골목길에서도 다루기가 쉬웠다.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가벼운가 하면 고속에서는 묵직하다. 그렇다고 무겁다는 느낌은 아니다.

 

   
두툼한 기어 레버가 묵직한 감각

 

조금 빠른 속도로 코너에 들어설 때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스티어링을 정확하게 잡고 있으면 하체가 굉장히 기민하게 작동하며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빈틈없는 독일차의 공학적인 특성인데, 차이점이라면 그 과정이 매우 부드럽다는 것. 이런 특성은 투어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환했을 때도 드러난다. 나사를 바짝 조인 듯 단단하고 빨라진 반응을 보이지만 부드러움은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속 단계를 최고치로 올리면 폭발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어, 이런 차였어?’ 하고 놀라게 되는 것은 다음 수순.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안정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부드러운 역동성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승차감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편안하다. 시트의 질감도 좋은 까닭이다. 캐딜락의 특징 중 하나인 리얼타임 댐핑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은 시승차에 빠져 있는데 별로 아쉽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풀스피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나이트 비전 등이다. 이들 장비는 시승차인 프리미엄(7808만 원)보다 1685만 원 비싼 플래티넘(9493만 원)에서 만날 수 있다. 

 

   
센터콘솔은 공간이 작지만 쓰임새가 좋다

 

플래티넘에서는 그 외에도 마그네슘 재질 패들 시프트와 전 좌석 마사지 기능, 노이즈 컨트롤 엔진 사운드 증폭 기능, 뒷좌석 전용 듀얼 디스플레이, 보스 파나레이 34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등이 장착된다. CT6을 혼자서 주로 탄다면 프리미엄도 괜찮은데 뒷좌석에 누군가를 태울 일이 많다면 플래티넘으로 가는 마음을 다잡기 어렵겠다. 아, 선택지가 하나 더 있는데 2.0L 터보 269마력 엔진을 얹은 터보 모델로 6897만 원이다. 입문용 고급차로 적당해 보인다. 

 


CT6을 운전하면서 인상적인 한 가지는 리어 카메라 미러. 운전석에서 뒤를 볼 수 있는 룸미러가 거울이 아닌 스크린이다. 뒤의 풍경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거울 속에 투영되는 여러 사물들 대신 오롯이 뒤의 풍경만 확장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 단점이라면, 만약 뒷좌석에 아이를 태웠을 때 룸미러를 통해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 뒷좌석은 정말 넓다. 캐딜락 CT6은 럭셔리카를 표방하지만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이 있다. 늘 깔끔하게 정돈해야 한다는 부담이 덜하다고 할까. 덩치에 비해 다루기 쉽고 부드러우며 정교한 엔지니어링까지 갖춘, 그러면서도 털털한 매력이 있는 차다. 

 

   
 
가격 7808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185×1880×1485mm 
휠베이스 3109mm
엔진 V6 3649cc 직분사 가솔린
최고출력 340마력/6800rpm
최대토크 39.4kg.m/5300rpm 
변속기 자동 8단
연비(복합) 8.2km/L
CO₂ 배출량 215g/km
서스펜션(앞/뒤) 멀티링크/5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모두 245/45R 19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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