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무릉도원의 세계 / 왕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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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그림이 있는 에세이] 무릉도원의 세계 / 왕열, 화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나의 작품 세계는 아시아 특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그림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대성을 그림으로 표현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 정신의 기조는 기운생동(氣韻生動), 여백, 상징, 시적 요소, 스밈과 번짐 등 동양 특유의 다섯 가지 표현 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한동안 나는 무릉도원(武陵桃源), 즉 유토피아를 배경으로 ‘새’를 주제로 한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새’ 연작은 복잡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새’를 학,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등의 확연한 형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 은유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담으려는 것이다. 새들은 가족이고 부부이며 연인이기도 한데, 이는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사색하는 말을 통해 나 스스로 명상의 세계를 접하고 있다. 

서양에서 유토피아란 원래 ‘없는’(Ou) ‘장소’(Topos)라는 뜻이다. 도연명(陶淵明, 365~427년)도 이상향으로 도원경(桃源境)을 그리며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을 무릉도원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천착해온 ‘신-무릉도원(武陵桃源)’은 현대인이 기댈 마음의 안식처이다. 유토피아를 꾸며내어 거기에 의탁하지 않고, 진정한 유토피아, 즉 ‘없는 곳’을 통해 ‘이 삶’을 돌아보고 즐거움을 누려보고자 ‘신-무릉도원’ 작품을 만들어 본 것이다. 상상하는 진정한 마음속 즐거움을. 

이를 위해 자연과 산수를 묘사하며 형태나 조형성에 앞서 정신과 사유를 우선으로 했다. 아득히 먼 무릉도원의 자연과 이를 관조하는 자아, 관람객의 관계적 설정은 옛 문인이 그리던 산수화의 전형적인 심상이다. 인간의 삶이 내재하는 곤궁과 실존적 고통을 직시하는 한편 이를 낙관적인 자세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아내어 나 스스로 즐기고자 했다. 

내 그림의 화두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자연의 이치가 어떻게 그림으로 시각화될 수 있는가’이다. 동양 사상을 시각화하는 다섯 가지 요소, 즉 여백, 선, 일필로 내려치는 일격, 화선지 위에서의 스밈과 번짐, 모든 것을 간략히 만들어 주는 시적 요소가 요점만을 뽑아서 연결하는 것. 이처럼 영감을 불어넣을 때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낌과 소재를 찾으려고 한다.  

새는 활짝 웃기도, 슬퍼서 울기도 한다. 그리고 혼자 날기도, 짝을 지어 날아가기도 한다.  그냥 멍하니 서 있기도 하고 훨훨 날며 춤을 추기도 한다. 여기서 ‘새’가 사람의 상징적 형태인 것은 이미 작품을 본 이들은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풍경화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웃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형상을 ‘새’라는 상징물을 통해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새는 연약하기도, 때로는 강한 힘을 지닌 상징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새라는 형상의 외연일 뿐이고, 새와 자연을 통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행복과 고독, 동행 등 삶의 희로애락이 내포되어 있다. 유토피아의 세계를 훨훨 나는 새, 이 아름다운 존재는 현대인의 결핍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산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 1960년 진안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사, 석사 박사 졸업. 개인전 60여 회, 단체전 520여 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한국브랜드협회 작가 대상 수상. 現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교수(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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