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맛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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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맛집을 찾아서
  • 출판사두산매거진
  • 잡지명지큐



 

어느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제작 의뢰가 왔다. 시대의 흐름과 관계가 있었다. 21세기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은 항구적 수수료 징수다. 플랫폼 구축의 최종 목표는 절대 빠져나갈 없는 쥐덫 같은 쳐서 개인 고객과 고객사의 돈과 시간을 계속 빼가는 것이다. 요즘 그렇게들 부르짖는콘텐츠 쥐덫 안의 미끼 하나다. 나는 미끼 납품업자의 기분으로 미팅에 참석했다.

그런데 의뢰는 무척 흥미로웠다. 클라이언트는 음식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했다. 회사는 대규모 식당 매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사 데이터를 활용한 음식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데이터를 활용해 동네의 맛있는 집을 찾고 그에 대한 기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수요미식회> <한국인의 밥상>이나 <VJ특공대> 나가도, ‘최자로드 나올 만큼의 술안주가 아니어도, 깨끗하고 정직하고 소박한 식당이 있을 테니, 그런 식당을 찾아서 소개해보자고 했다.

데이터를 활용해 맛있는 집을 찾는다는 합리적인 논리로 보이지만, 논리가 기능하려면 먼저 증명되어야 하는 가설이 있다. ‘품질이 좋다면 어떻게든 인정받는다이다. 기분 좋은 가설일지는 몰라도 현실에서 통하지는 않음을, 어른이 된다면 깨닫게 된다. 데이터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데이터를 보니 매출이 높은 가게들은 거의 예외 없이 프랜차이즈 업체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정말 프랜차이즈 국가였다. 프랜차이즈는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보장되나 개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없으려나 싶었다.

데이터를 계속 보다 보니 의외의 사례가 잡히기 시작했다. 번도 이름을 들어본 없는데 의외로 실적이 도드라지는 집들이 가끔 보였다.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방송에 나온 적도 없고, 파워 블로거 리뷰도 별로 없는데, 매출 성적이 좋은 수수께끼 같은 가게들이 구마다 하나씩은 있었다.

어떤 가게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가을 어느 월계동 장수국수를 찾아갔다. 광운대 정문 눈에 띄지 않는 건물 2층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영업을 멈췄다. 나중에 물어보니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데다 근처에 사랑제일교회까지 있어 잠깐 손님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안에서 풍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분 좋은 가을 햇살 사이에서, 안에 배달 앱의 주문 신호만 울리고, 헬멧을 라이더만 드론처럼 물건을 받아갔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림을 그려도 손색이 없었다. 제목은 ‘21세기의 음식 공장화된 식당 풍경’.

취재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 음식을 직접 먹어봐야 했다. 포장 주문해서 광운대 계단에 앉아 비빔국수를 먹어보았다. , 정말 맛있었다. 국수를 삶고 식힌 정도, 비빔국수 양념장의 단맛과 매운맛과 신맛의 정도, 따로 챙겨준 국물의 진한 정도와 감칠맛의 정도, 모두 적당했고 의도가 있었으며 부자재가 모두 신선했다. 이런 식당이 장사가 잘된다면 정말 시장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후 가서 먹어본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공릉동에는 호텔 셰프 경력의 대표가 운영하는 버거집 루이스 버거가 있다. 이곳도 가서 먹어보니 동네 버거집 이상의 품질이었고, 역시 동네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버거를 먹고 있었다. 샤넬 백을 메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른 듯한 여성이 햄버거를 가고, 옆에서는 동네에 사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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