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공예, 온전히 내 자신 되는 / 박미경, 금속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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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재미난 手作] 공예, 온전히 내 자신 되는 / 박미경, 금속공예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순간순간 중요한 전환점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주절거리는 말로 “인복으로 산다”라고 자주 말하는데, 불혹을 넘기고도 몇 년이 지난 인생의 절반을 되돌아보니, 정말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타고난 에너지보다 몇백 배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공예가로서의 나를 있게 한 시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공예(工藝)’라는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공예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임을 인식하게 해주신 학부 시절의 스승님은 인복 중에서도 가장 큰 인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기 중에도 그러했지만, 방학이면 스승님 작업실에 머물면서 내가 만든 주전자로 커피와 차를 마시고, 촛대를 만들어 테이블을 밝히고, 옻칠한 잔과 바카라잔에 마시는 와인의 맛과 향에 관해 논하고 등등…. 

쓸모 있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일상 곳곳에서 유용의 사물로 감상하며 살아가는 삶의 경험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던 그 시절의 내게 공예가의 길을 결정하는 데  에 걸림돌이 된 수많은 장애물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믿음의 초석이 되었다. 단순히 대학 졸업장을 위해 디자인과 손기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인식했다면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공예가로서의 삶을 즐기고, 나의 작업물로 누군가의 삶이 충만해짐을 볼 때마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십 여 년 전 부암동 스승님과 함께한 작업실의 온기와 향기가 주변에 퍼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공예=삶’이라는 공식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 졸업과 동시에 석사의 길로 접어들어 공예의 다양한 분야 중 ‘금속공예’를 심층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전업 작가로의 삶을 살면서 이것이 직업이나 일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공예는 그 자체로 온전히 내 자신이 된 듯하다. 작업의 주된 소재인 금속공예는 장신구부터 가구까지 분류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한 그루의 나무 가지처럼 뻗어 있다. 특별히 아이템의 구분 없이 나의 현재 관심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서 작업 아이템은 제한 없이 다양한 편이다. 은제의 차도구, 금태칠(금속에 옻칠) 식기류가 요즘의 작업들이다. 내가 만드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조형언어를 갖고, 기분 좋은 쓸모 있는 모습으로 자리한다면 공예가의 삶은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올해 후반기에는 이러한 내 생각들이 적용될 수 있는 작업실이 있는 집으로 생활공간을 이주할 계획이다. 토목공사부터 건축설계·시공까지 꼼꼼히 참여하고, 그 공간 안에 내 손으로 만든 손잡이, 세면대, 테이블까지 구석구석 따뜻한 공예가 스민 세 개의 피스로 나누어진 작은 터를 마련 중이다. 작업에만 열중했던 지난 이십여 년의 시간을 지나, 함께 호흡하며 나눌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소소하지만 충만한 공예적인 삶을 나눌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에 무척 설레는 올해이다.  

공예를 마주하는 편안한 마음으로부터 이어져, 이 글을 읽은 분들이 어느 공간에서 내 이름이 달린 기물을 마주한다면 유연한 마음으로 바라봐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좋은 경험! 선험자의 삶의 단편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다. 스스로 느끼게 하는 가르침은 후회할 일도, 지칠 일도 없는 선택의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공예가의 길은 어떤가요?’라고 묻는다면, 나 또한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공예가의 그릇에 따뜻한 밥 한 끼, 향기로운 차 한 잔 대접하는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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